', { cookie_domain: 'auto', cookie_flags: 'max-age=0;domain=.tistory.com', cookie_expires: 7 * 24 * 60 * 60 // 7 days, in seconds }); 성인 ADHD 검사 후기 #2 :: MakerLee's Workspace
728x90

주변 병원에 전화를 돌려보니 생각보다 ADHD 검사 가능한 병원이 많지는 않더군요. 

병원이 10개라면 ADHD 검사 가능한 병원은 5~6개쯤 있고 그중 70%는 소아/청소년 전문인 식이었습니다. 

소아/청소년은 문제가 보이면 부모님 손에 이끌려 오겠죠.

하지만 성인은 직접 정신병원에 방문하는 경우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연락을 쫙 돌렸지만 2개 병원만 성인 ADHD 검사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예약없이 방문 가능하지만 와서 1~2시간씩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예약 가능한 병원에 예약을 했습니다. 

 

....가능한 예약일이 한달 뒤가 가장 가깝더군요.

용기내서 병원을 가려고 해도 예약과정에서 다 떨어져 나갈 듯 싶네요.

 

 

병원에 도착한 후 패드로 간단한 자가평가를 했습니다. 

불안척도/우울척도/수면질/스트레스 등을 평가하는 간단한 설문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냥 병원 첫 방문자들에게 모두 하는 기본적인 테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ADHD는 우울증이나 불안증 동반이 많다고 하더군요.

다 정상치로 나왔고 이 테스트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담 내용은 딱히 기록해 놓지는 않아서 많이 잊었습니다. 

이게 ADHD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이런 대화내용이나 세세한 부분은 정말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는 편입니다. 

 

어째서 ADHD라고 생각하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렸을 때는 어땠는 지 물어봤던 것 같네요.

 

글을 쓰면서 조금 정리해 봤는데 제가 생각한 타인과의 차이점은 이렇습니다.

1. 방정리는 그럭저럭 하지만 책상정리 못함.

2. 물건을 잘 떨어트리거나 망가트림

3. 여기저기 잘 부딪힘. 발가락, 정강이가 남아나지 않음. 

4. 일반적으로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자잘한 실수를 많이 함. 

시험문제를 중간에 빼먹고 푼다던가 한 페이지를 통채로 넘긴다던가 하는 일 등. 

5. 일의 순서나 계획을 짜는 것이 어렵고 기억하기 힘듦

6. 대화를 잘 듣고 따라가지 못함. 1:1대화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여러명이서 대화할 때 놓치는 부분이 매우 많음.

원래도 약간 있었으나 군대에서 사격중 고막이 한번 찢어진 후 난청 증상이 생긴 듯 더 심해짐. 

이비인후과에서 검사했을 때는 청력에 이상이 없다고 함. 

7. 도전정신 없음. 어려운 일은 심리적으로 먼저 피하게 됨. 부정적인 결과부터 생각함. 

8.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되는대로 사는 편. 

9. 심각한 길치. 방향감각 제로.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 노선도 잘 못 외움. 

10. 근력, 순발력 등 몸 그 자체로만 봤을 때는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스포츠 종목은 대부분 매우 못함.

오른쪽으로 찬 공이 왼쪽으로 날아감.

11.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함. 독서를 좋아하지만 책 제목과 저자 등은 잘 기억 못함. 

12. 글을 잘 못 씀. 다 쓰고 나서 읽어보면 주절주절 읽기 힘든 글이 되어있어서 퇴고를 매우 많이 해야 함. 

 

 

의사 선생님께는 위 항목중 서너가지만 말씀드렸네요.
(위 항목은 한참동안 정리해서 쓴 글이고 평소에는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산 지가 40년이 넘다보니 이제는 나름 적응했달까 대응하는 방법들도 약간 있습니다. 

 

- 필수품은 숫자로 세면서 잘 분실하지 않게 됨 
 지갑, 열쇠, 우산 챙기려고 하면 지갑열쇠만 챙기고 우산을 잊는 식이었는데
 물건 3개를 챙겨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고 난 뒤에는 지갑 열쇠 그리고 뭐더라... 아참 우산! 하는 식으로 기억하게 됨

 예전에는 1년에 3개씩 분실하던 것을 이제는 2년에 1개 분실하는 정도로 줄어듦.
 이렇게 약간이나마 개선되고 나서야 인생 최초로 비싼(25만) 지갑을 살 수 있었음. 

그래도 한번은 분실하고 15만원짜리로 재구매함...

-미루는 습관
 초안만 잠깐 시간 들여서 해놓고 마음 편하게 최대한 미룬다. 
 미리 하려고 조바심내봤자 소용없다는걸 경험으로 알게 됨. 
 한달전부터 준비해도 마지막날 밤새고 일주일전부터 준비해도 마지막날 밤샌다. 
 그냥 맘 편히 놀면 미래의 내가 똥줄타면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해 내게 되어 있음. 물론 스스로의 능력을 잘 파악해야 함.

- 약속시간 지키기
 길치와 조합되어 나를 매우 괴롭혔던 문제 중 하나. 
 스마트폰 없던 시절엔 그냥 예상시간 +1시간 해서 일찍 나갔음. 
 어쩌다 길도 안잃고 교통도 원활하면 1시간 30분 일찍 도착한 사람 됨. 
 그래도 늦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함

 

-남들과 대화하기 

  못 알아들어도 대충 눈치로 어떻게 넘기는 기술이 늘어남.

 

- 스마트폰은 나의 구세주. 
메모장으로 기록습관을 만들려 해도 메모장 자체를 분실하던 나에게 IT세상은 말 그대로 다른 세상을 만들어 주었음
길치와 메모습관 / 알람 / 일정관리 등 많은 부분이 해결되거나 많이 개선됨. 
메모를 보는 걸 잊게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손안에 있기는 하다. 
분실방지태그를 알게된 후 지갑과 열쇠고리, 이어폰에 분실방지 태그 달고다님

 

어느정도 이제는 나의 일부다 하고 받아들이게 됨.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건 그냥 어쩔 수 없는거고 난 이렇게 태어난거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된 부분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나름 생활에 잘 적응해 계신 것 같은데 검사를 꼭 필요로 하시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도 전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삶의 질을 올리고 싶거든요.

뭔가를 계획하거나 실행할 때 두번세번 수십번 체크해도 놓치게 되고

항상 실패할 것을 전제하고 일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싫고요. 

스스로를 믿을 수 없고 성공 가능성을 항상 낮게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피곤합니다.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되는 것도 싫고

실수하면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것도 싫습니다. 

 

 

 

1편

3편

4편

5편

6편(마지막)

 

728x90

'주인장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만든 요리들.  (1) 2022.11.26
성인 ADHD 검사 후기 #3  (1) 2022.11.25
성인 ADHD 검사 후기 #1  (1) 2022.11.16
ENYA NEXG 기타 구입.  (0) 2022.11.01
방에서 야식을 구워먹는 방법  (0) 2022.09.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