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가끔 쪽지로 질문이나 요청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가능하면 성실하게 답변을 해 드리려 노력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경우도 있지요.
어떤 분이 특정 매크로를 만들어 주십사 요청하는 쪽지를 보내셨더군요.
불가능한건 아니고 사실 뭐 만들려고 맘만 먹으면 할수는 있는 일이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아무리 간단하고 짧아도 만들고 디버깅하는데 최소 한시간은 걸립니다.
꼬이기 시작하면 2-3시간도 걸릴 수 있지요.
'이러이러하게 만드는게 좋겠다' 하고 리플 한줄 다는 것과는 노동력의 차이가 심합니다.
그분이야 어느 정도의 노동력이 필요한지 모르고 질문했겠습니다만
사실 요청받는 입장에서 저런 예기는 때로는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그런 일일 수 있습니다.
나의 시간은 소중한 것이고
내가 싸구려라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는다 해도 임금이 만원 넘을 일을 공짜로 해달라는 그런 예기를 들으면
저 사람이 나를 뭘로 보나 싶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 미묘합니다.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일이라도
요청하시는 분의 태도가 매우 정중하고 예의가 있으며
또한 자기가 최대한 노력하다가 안되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그 부분이 왜 안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신다면
답변하고 도와드리는 데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와드리게 됩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하지요)
하여간 위의 분은 그런 제 허용범위를 많이 벗어나는 요청을 하셨고,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니 힘들겠다는 취지로 답장을 돌려드렸습니다.
그분이 다시 쪽지를 보내시길
그렇다면 뼈대가 되는 부분만 만들어 주시면 안되겠냐고 하시더군요.
그분이 요청하신 매크로는 구조적으로 복잡할 게 없는 매크로였습니다만 15가지의 질문에 대응하는 방식이라
그 매크로의 뼈대가 되는 1가지의 질문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그 부분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고 15가지 질문만 다르게 입력하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밥을 1인분 짓던 15인분 짓던 밥하는 시간과 노동력은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15가지 대응방식을 1가지 대응방식으로 만든다고 해도 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별 다를게 없지요.
그래서 다시 한번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거절했더니
헐;;;;;;;;;;;;;;;;;;;;;;;;;;;;;;;;;;;;;;;; ;;;;;;;;;;;;;;
저도 매크로 작성 해 본 사람입니다
그냥 솔직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런 쪽지가 왔군요.
참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로 불쾌감이 심했습니다만.
미팅에 나가서 맘에 안 드는 이성을 만나면 '다음에 연락할께요' 해놓고
연락을 안 하는겁니다.
보통은 거기서 끝나죠.
그런데 상대가 연락한다고 해놓고 연락 안한다고 먼저 연락해서 '왜 연락 안하세요' 이러면
상대방은 '당신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 라고 예기해줘야 할까요?
솔직하게 말해주는건 말은 쉽지만 사실 거절하는 쪽에서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혀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마음상할까봐 신경써줘야 하기도 하고
혹 상대방이 마음 상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게 거절하는 것이 대화의 기술이죠.
아주 친한 친구라거나 가족/친척이 아닌 경우라면 필요 없겠지만
일반적인 사회인끼리의 대화라면 이렇게 '적당히' 끝이 나야 정상인데
상대방은 그 말에 저렇게 퉁명스런 반응을 보이니 기껏 보내드린 쪽지가 아까울 지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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